50년째를 맞는 한국외국어대학교의 베트남어과는 베트남전쟁의 특수에 따른 사회의 간절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1966년 12월 1일 설립인가를 받아 1967년 3월부터 입학정원 20명으로 신설되었다. 따라서 설립 초기부터 학과는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이듬해에 정원을 50명으로 늘렸고, 1971년 13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졸업생들의 사회진출 또한 활발했다. 그러나 베트남이 공산화되고 한국과의 관계가 단절된 직후에는 전공을 살릴 길이 막힌 탓에 학과는 존폐문제가 거론될 정도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과를 존속시키고 학생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며 학과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1975년 10월에 동문회를 결성하여 동문회 장학금을 모금하는 한편 그해 2학기부터 교과과정에 영어를 전공에 포함시켰다. 그렇다고 학과의 경쟁력이나 위상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학생들은 부전공이나 사법고시, 외무고시, 행정고시와 같은 국가고시 등을 통해 각자의 진로 모색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하여 1987년 베트남이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시장경제를 수용함에 따라 학과는 처음 설립당시의 인기와 위상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1992년 양국 수교 이후 베트남어과는 그 어느 때보다도 사회의 각광을 받고 있다.
베트남어는 9,400만에 이르는 54개 종족의 공용어로 오스트로-아시아어족의 몬-크메르어파(Mon-Khmer)에 속한다. 베트남어의 창제는 포르투갈 제수잇선교부 소속으로 1624년에서 1645년까지 오랫동안 베트남의 남북에서 복음사역을 담당했던 프랑스인 알렉산드르 드 로드(Alexandre de Rhodes) 신부에 의해서 과거 베트남선교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여러 신부들의 자료들을 토대로 하여 1651년 로마에서 베트남어-포르투갈 어-라틴어의 대역사전과 라틴어-베트남어의 대역교리문답이 나오면서부터였다. 특히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국경을 같이 했던 관계로 우리와 같이 중국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러한 특징은 양국의 언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양국이 공히 말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문자가 없었던 까닭에 오랫동안 한자를 사용했던 점과 독립적인 문자를 소유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한자를 차용하여 각각 이두와 쯔 놈(chu nom:宁字 喃)을 만들었다고 하는 점, 15세기와 17세기에 창조되어 오늘날 통용하고 있는 한글과 베트남어의 명사 중 상당수가 중국의 한자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베트남의 개방 이후 한국과 베트남은 경제를 중심으로 여러 면에서 깊은 관계가 맺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1년 미-베무역협정의 발효는 한국에 제2의 베트남특수를 가져다주고 있다. 따라서 점증되는 전문 인력의 수요와 보다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인력을 배출하려는 목적에서 언어학과 문학을 중심으로 일반대학원 내 ‘동남-남아시아어문학과’에 석-박사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지역학 연구 분야의 석사과정은 본교의 국제지역대학원에 개설되어 있다. 현재 베트남어과는 각 학년 30명씩 전체 120명이다. 특히 2004년 6월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어과 창설 38주년에 즈음하여 본과에 양국우호협력과 한국 내 베트남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세계민족우호증진훈장을 수여하였다.